국민연금이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주식을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실적 개선이 이어지는 가운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위해 주주환원에 적극 나선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4대 금융, 저평가 탈출할까…국민연금 '줍줍'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신한금융 주식 105만1937주를 매입했다. 국민연금은 이번 거래로 신한금융 지분율을 8.64%에서 8.99%로 높였다. 2023년 말(7.47%) 이후 1년 넘게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KB금융 주식 14만4875주도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8.4%로 높였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주식도 지속적으로 매입 중이다. 그 결과 2023년 말 7.79%이던 하나금융 지분율은 현재 9.09%로 올랐다. 우리금융 지분율도 같은 기간 6.31%에서 6.7%로 높아졌다. 국민연금은 KB·신한·하나금융의 최대주주며, 우리금융의 2대주주다.

4대 금융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국민연금의 장기간 매수를 끌어냈다는 평가다. 이들 4대 금융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밸류업 전략을 통해 주가 부양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이 탄탄한 실적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4대 금융의 지난 1분기 합산 순이익은 4조9289억원으로 역대 1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4대 금융 주가는 지난해 초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우리금융은 올해 들어서도 16.9% 올랐다. 지난 15일에는 사상 최고가(1만8060원)를 새로 썼다. 하나금융(6만7400원)도 지난해 8월 26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6만8800원)에 근접 중이다. KB금융(9만6700원)과 신한금융(5만4100원) 역시 올해 각각 16.6%, 13.5% 올랐다. 지난달 초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충격으로 주춤했지만 금세 하락폭 이상으로 크게 반등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4대 금융지주가 ‘만년 저평가’란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금융지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여전히 1배 미만에 그친다. 대장주인 KB금융조차 0.62배에 머물고 있고, 신한(0.48배) 하나(0.44배) 우리(0.39배)는 0.5배를 밑돈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은 오랫동안 사회적 비용을 부담했음에도 실적은 계속 좋아졌다”며 “이제 상승하기 시작한 주주환원율이 앞으로 수년간 금융지주들의 저평가 탈출 과정에서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