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일 대선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가 20조~35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국가채무도 13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가채무 등 공공부채가 과도하게 늘면 오히려 성장을 둔화시키는 ‘재정 침체’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투자은행(IB) 노무라의 로버트 슈바라만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2일 세계경제연구원이 주관한 웨비나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 20조~25조원 상당의 2차 추경안을 편성해 더 강력한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소비 흐름이 약화한 데다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둔화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지난 7일 새 정부가 올해 20조~35조원 규모의 추경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슬린 오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20조~35조원 규모의 2차 추경을 편성하면 한국의 성장률이 0.22~0.31%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2차 추경 편성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10대 공약집을 보면 2차 추경으로 공약 이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2차 추경 가능성을 열어뒀다. 20조~35조원 규모의 2차 추경 재원을 전액 적자국채로 조달하면 국가채무는 1300조8000억~1315조8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역대 최대 규모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9.2~49.7%로 올라 50%에 근접한다.
불어난 공공부채가 성장 여력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이날 스페인 국제경제연구센터(CEPR) 등이 작성한 ‘재정 침체’라는 보고서를 소개했다. 보고서는 “과도한 공공부채가 성장 둔화와 조세 왜곡의 악순환을 유발해 경제를 재정 침체에 빠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 침체는 정부의 적극적 재정 정책이 장기적 경기 부진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제학 용어다.
보고서는 “공공부채가 임계치를 웃돌면 투자 위축과 생산성 저하로 세수 감소가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져 장기 성장률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공부채가 늘어나면 미래에 부담할 조세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에 기업의 투자심리가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CEPR 등은 재정 침체를 막기 위해 신뢰성 있는 재정 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