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재지정으로 움츠렸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재차 들썩이고 있다.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지역 아파트 가격이 수억원씩 오르면서 서울 전체 집값 상승마저 견인하는 모양새다.

2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서울 집값은 전주보다 0.13% 오르면서 2주 연속 상승 폭을 늘렸다. 재건축이 순항하는 지역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신고가 거래도 쏟아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1단지' 전용면적 65㎡는 지난 17일 20억7000만원(9층)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 동일 면적 실거래가는 이달 들어 △20억3000만원(5층·10일) △20억6500만원(11층·15일) 등 20억원대에 진입해 연달아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 1월 17억7000만원(2층)과 비교하면 넉 달 만에 3억원이 올랐다.

'목동신시가지2단지'도 전용 144㎡가 지난 16일 33억3000만원(12층)에 팔려 지난달 기록한 최고가 30억9000만원(9층)을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이 단지 전용 95㎡도 20일 26억원(11층)에 신고가를 약 열흘 만에 새로 썼다. '목동신시가지3단지' 전용 122㎡ 또한 지난 13일 28억7000만원(3층)에 매각됐는데, 이전 최고가 24억원(5층)에서 4억7000만원 뛰었다.

5월 셋째 주 목동신시가지 1~14단지에서 나온 신고가 거래만 10건에 달한다. 인근 개업중개사는 "재건축에 속도가 붙으니 토지거래허가제에도 매수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기존 매물이 대부분 소진된 탓에 새로 매물이 나올 때마다 신고가로 팔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목동신시가지 1~14단지는 2021년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당초 지난달 만료 예정이었지만, 재건축 기대감으로 인한 시장 과열을 차단하기 위해 서울시가 내년 4월까지 1년 연장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실거주 의무가 부여돼 갭투자를 할 수 없다. 이러한 규제에도 매수세가 몰려든 것이다.

목동 재건축 단지 실거래가격이 거듭 오르면서 양천구 집값도 0.22% 상승했다. 나머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도 재건축 단지 위주의 가격 상승이 포착됐다. 서초구는 잠원동 '신반포2차' 전용 68㎡가 35억원(8층)에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전체 집값이 0.32% 올랐고, 송파구도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가 40억500만원(3층)에 신고가를 쓰면서 0.3% 상승했다.

강남구도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개포우성6차' 전용 54㎡가 19억4000만원(5층)에 팔리는 등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면서 0.26% 상승 폭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일부 지역·단지에 따라 매수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선호도가 높은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는 상승 거래가 체결되고 있다"며 "재건축 단지의 매도 호가도 거듭 오르면서 서울 전체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동구는 금호·행당동 역세권 위주로 0.21% 올랐고 강동구도 고덕·명일동 대단지 위주로 0.19% 뛰었다. 용산구가 이촌·한강로동 위주로, 마포구는 아현·염리동 주요 단지 위주로 각각 0.16%씩 상승했다. 영등포구도 신길·여의도동 위주로 0.16% 오름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서울 전셋값은 0.04% 오르면서 전주(0.03%) 대비 상승 폭을 확대했다. 강동구가 명일·고덕동 대단지 위주로 0.12% 뛰었고 영등포구도 여의도동과 문래동3가 위주로 0.08% 올랐다. 송파구는 잠실·방이동 위주로 0.08% 상승했고 양천구도 목·신정동 위주로 0.07%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서초구는 잠원·서초동 위주로 0.05% 내렸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일부 구축과 외곽지역에서 전셋값이 하락했다"면서도 "역세권과 신축·대단지를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꾸준하고 상승 계약도 체결되면서 서울 전체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