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세계경제포럼 창립자인 슈바프 부부가 세운 슈바프재단과 협업해 민간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을 도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성과 기반 금융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다보스포럼에서는 이 보고서를 주제로 글로벌 기업과 학계, 금융권이 참여한 세션이 개최됐다.
[한경ESG] ESG NOW - SK그룹의 성과 기반 금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세계경제포럼(WEF) 창립자인 슈바프 부부가 세운 슈바프재단과 협업해 기업의 사회문제 해결 및 성과 기반 금융(Outcome Based Finance, OBF)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매년 발간되는 슈바프 보고서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건 국내 기업 중 최초다.
이번 보고서는 SK사회적가치연구원과 WEF 창립자인 슈바프 부부가 세운 슈바프재단, 록펠러 자선 자문 기관이 공동으로 작성했다. 슈바프재단 창립자인 힐데 슈바프, 록펠러 자선 자문 기관의 라타냐 맵 대표와 함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문을 공동 저술했다.
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 글로벌 우수 기업들이 사회혁신 공동 서약(RISE Ahead Pledge)에 대거 참여한 것처럼 기업의 사회문제 해결 참여는 글로벌 트렌드가 되었다. 서문에서는 이러한 환경 속 기업 경영전략으로 성과 기반 금융을 제시하며, 1850억 달러(약 266조 원) 규모의 성과 기반 금융을 통해 기업이 소극적으로 규제에 순응하기보다 사회적 임팩트를 비즈니스에 내재화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번 보고서는 그동안 국제 공공개발 중심으로 논의돼온 성과 기반 금융을 민간기업 관점에서 조명했다.
임팩트를 이끄는 성과 기반 금융
성과 기반 금융은 자금 혹은 투자 조건을 검증된 사회 성과에 연계하는 구조를 통칭한다.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성과 기반 금융을 도입하면 ▲위험관리 및 규제 준수 ▲제품 및 서비스 기회 창출 ▲공급망 관리 ▲기술 및 인재 양성 ▲혁신적 기부 및 자선활동 등 5가지 측면에서 경영전략상 도움이 된다고 제안한다. 예를 들어 위험관리 측면에서 공급망은 약 9700억 달러가 환경 및 사회적문제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혁신적 금융 측면에서 기업은 투명성을 촉진하고 공급업체와 임팩트 중심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 제품 및 서비스에서는 유엔 지속가능 발전 목표(SDGs)와 연계해 12조 달러 규모의 시장을 열 수 있다고 보았다.
보고서에서 추산한 성과 기반 자금조달 시장은 현재 약 1500억 달러 규모이며, 민간 부문의 임팩트 연계 금융은 36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또 지속가능성 연계대출 및 채권은 연간 6000억 달러로, 환경성과 지표와 자금을 연결하고 있다. 이러한 금융은 사회적문제에 대한 성공적 해결책을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혁신금융을 통해 검증된 해결책을 확장하면 향후 탄소 크레디트와 관련한 임팩트까지 거래 가능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성과 기반 금융 프로세스는 사회적 과제 식별, 자금 할당 파트너 참여, 성과 창출 및 검증, 보상 및 강화, 평가 및 반복으로 이어진다. 기업이 자신의 영향권 내에서 중요한 사회적·환경적 문제를 인식하고, 의미 있는 해결책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을 할당하며, 사회적기업이나 공급망 파트너 혹은 사회적 임팩트 플랫폼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하고 사회적 성과가 창출되면 이를 검증 및 보상한다.
풍부한 케이스 스터디 제공
성과 기반 금융은 사회적 성과를 유도해 공급망 기업의 위험을 완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세계은행그룹에 속한 국제금융기관인 IFC의 글로벌 트레이드 공급망 금융(GTSF)은 2024년 펩시코 멕시코지사와 함께 7500만 달러 규모의 금융 프로그램을 설립했다. 이 프로그램은 탄소배출 감소, 아동노동 및 강제노동 문제 해결 같은 지속가능성 목표에 진전을 보인 펩시코의 공급업체에 저금리로 자금을 제공한다. 이처럼 공급업체의 관행을 개선하면서 지속가능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성과 기반 금융은 지속가능한 재료 조달과 순환경제 전략을 구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유니레버 나이지리아는 플라스틱 수집량, 신규 일자리 창출 수, 지속가능한 임금에 투자 수익을 연계한 200만 달러 규모의 개발 임팩트 채권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위싸이클러스는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 프랜차이즈와 수집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으며, 유니레버는 성과 기반 금융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었다.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협력을 성과 기반 금융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와 함께 성과 기반 금융은 기업이 전략적 임팩트 목표에 맞춰 채무를 조달하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BNP 파리바는 영국의 사회주택협회를 대상으로 지속가능연계대출(SLL) 상품을 개발했다. 이 대출은 특정 환경 및 사회적 목표를 달성했을 때 채무자에게 더 낮은 이자율을 제공한다. 탄소배출 감축과 거주자 고용 및 교육 기회 제공 같은 사회적 목표에 연계하는 조건으로 L&Q, 옵티보, 클래리온 하우징 그룹, 피바디 트러스트가 총 3억2500만 파운드의 채무를 조달했다. L&Q는 600명 이상 거주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고용 목표를 초과 달성했으며, 이에 따라 차입 비용을 줄이는 혜택을 받았다.
성과 기반 금융은 자선활동의 임팩트도 확장할 수 있다. 참여하는 고액 자산가 및 기업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UBS 옵티머스 재단은 최근 2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하나는 영국 및 스위스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고 OBF 접근법의 보다 효과적인 테스트와 확장 및 주류화를 가속화하는 것이며, 또 하나는 브리지 아웃컴 파트너십과 협력해 개발도상국에서 SDGs와 연계된 성과에 투자하는 1억 달러 규모의 혼합 금융 펀드를 제공하는 것이다. UBS 재단은 전통적 자선을 넘어 기업 의사결정에 임팩트를 통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그룹은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의 주도로 사회적 임팩트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해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2013년 WEF 연차 회의에서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제안한 사회 성과 인센티브(SPC)는 서비스 성과, 고용 포용성, 환경보호 및 생태계 효과의 가치를 금전적 가치로 변환하는 사회적 투자 수익률(SROI) 기반 평가 방법론을 사용한다. 이는 SK그룹 외부의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6개 지방자치단체가 이 방법론을 활용하고 있다. SPC는 도입 이후 448개의 사회적기업과 협력해 총 3억6300만 달러의 사회적 성과 가치를 창출했다. SK그룹은 지금까지 사회적기업에 5200만 달러의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했으며, 각 기업은 평균적으로 연간 5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표준화와 신뢰성 제고는 과제
앞으로 성과 기반 금융은 접근법의 표준화와 신뢰성 제고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성과 기반 금융 설계를 단순화하고, 성과 펀드를 확산하며, 민간 및 정부 그리고 NGO까지 전방위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보고서에 대한 논의를 확장하는 차원에서 다보스포럼에서는 ‘거래 가능한 임팩트(Tradable Impact)’를 주제로 1월 23일 글로벌 기업, 국제기구, 학계, 금융권의 최고위 인사가 참여한 세션이 개최됐다.
나석권 SK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는 “보고서에서는 사회문제 해결 성과에 다양한 금융, 투자, 재정 지원을 연계하면 민간기업이 경제적가치와 사회적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음을 알리고 있다”며 “기업의 이러한 활동과 성과가 시장가치로 인정받는 시스템화, 회계화가 진행된다면 기업의 지속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