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거운 ‘표심 경쟁’ > 이재명·김경수·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왼쪽부터)가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영남권 합동 연설회에 참석했다. 경선 후보들이 정견 발표를 하기 전 손을 잡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뉴스1
< 싱거운 ‘표심 경쟁’ > 이재명·김경수·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왼쪽부터)가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영남권 합동 연설회에 참석했다. 경선 후보들이 정견 발표를 하기 전 손을 잡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충청에 이어 영남 지역 경선에서도 압승하며 대세론을 굳혔다. 충청 출신인 김동연 후보와 영남에 기반을 둔 김경수 후보를 두 지역에서 모두 여유롭게 제치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에 다가섰다.

◇李, 여유 있는 1위

'어대명' 반전은 없었다…민주당 경선서 90% 압승
민주당이 19~20일 충청권과 영남권에서 권리당원 및 대의원 투표를 한 결과, 이 후보는 각각 88.15%, 90.81%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누적 득표율은 89.56%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캐스팅 보트’로 꼽히는 충청권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은 데 이어 영남권에서도 큰 표 차이로 두 후보를 따돌렸다. 김동연 후보는 충청 7.54%, 영남 3.26%를 얻었고, 김경수 후보는 충청 4.31%, 영남 5.93%로 모두 한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김동연 후보 5.27%, 김경수 후보 5.17% 순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한 후보가 이처럼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은 건 이례적”이라며 “이 후보가 출마한 19, 20대 대선 경선과 비교해 가장 높은 득표율”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민주당 대선 경선 득표율은 19대 대선 땐 합산 21.2%(3위), 20대 대선엔 50.29%(1위)였다.

2022년 8월 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서 이 후보는 77.77%의 득표율로 당선됐는데, 이와 비교해도 그에 대한 당내 지지세가 더욱 공고해졌다.

지난 19일 첫 경선에서부터 분위기는 이미 이 후보에게 쏠렸다. 충북 음성 출신인 김동연 후보가 ‘충청의 아들’임을 내세웠지만, 충청권 권리당원 및 대의원으로부터 7.54%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김경수 후보도 대선 출마 선언을 세종에서 했지만, 정작 득표율은 4.31%였다. 김동연 후보와 김경수 후보는 모두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표심을 흔들지 못했다. 이 후보는 “임기 내 세종 집무실을 건립하겠다”고 말해, 대통령 집무실의 세종 이전에 대해 세 후보 중 가장 소극적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20일 울산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영남 경선에서도 이어졌다. 경남지사였던 김경수 후보는 부산·경남(PK)이 주 무대였던 걸 감안하면 예상보다 지지세(5.93%)가 약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산업은행 본사를 부산으로 옮기겠다는 김동연·김경수 후보의 공약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후보만 산업은행 이전에 대해 “협의 과정을 충실히 잘 이행해 이견을 해소하고 바람직한 해법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李 “PK가 북극항로 개척 중심”

이 후보는 20일 영남권 합동 연설회에서 “경북 안동이 낳고 길러 주신 영남의 아들, 이재명”이라는 소개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트럼프 2기가 불러온 약육강식의 세계 질서, AI(인공지능) 중심의 초과학기술 신문명 시대 앞에서, 우리 안의 이념과 진영 대립은 사소한 문제”라며 “현실에 뿌리 박은, 국익과 민생 중심의 실용주의만이 유일한 나침반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남권 표심을 겨냥해서는 “동남권 발전의 발판이 될 북극항로도 면밀히 준비하겠다”며 “북극항로가 열어젖힐 새로운 ‘대항해시대’의 중심에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이 위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도 약속했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호남권, 27일 수도권·강원·제주 순회 경선을 치른 뒤 최종 후보를 선발한다. 과반 득표자가 있으면 27일 최종 후보가 결정된다.

김형규/청주=원종환/울산=이광식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