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컴퓨터, 자동차, 스마트폰, 냉장고, 의료기기 등 우리 곁에 있는 많은 것에 들어 있다. 하지만 상당수 사람은 사칙연산만 알면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지 않냐며 수학을 싫어한다. 초·중·고는 물론 대학생까지 '수포자'(수학을 포기하는 이들)가 흔하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기나긴 수학의 짧은 역사>는 독일의 김나지움에서 수학과 물리를 가르치고 있는 수학 박사 출신 저자가 쓴 수학에 대한 러브송이다. 저자는 선사 시대부터 21세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수학자들을 만나고, 통시적이면서 공시적으로 수학의 역사를 꿰뚫는다. 석기 시대 최초의 숫자부터 21세기 스도쿠까지를 아우른다.
저자는 수학의 본질은 개념화라고 말한다. 숫자 3은 무엇을 세는지와 무관하다. 사람 3명이든, 양 3마리든, 글자 3개든, 덕목 3가지든 이들이 지닌 유일한 공통점은 숫자라는 것이다. 인간, 동물, 기호, 속성 같은 다른 모든 내용은 가려진다. 수학적 대상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념이다.
수학자에게 직선은 종이 위에 있는 유한한 선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한히 길고 무한히 가느다란 관념을 뜻한다. 수학의 본질은 불필요한 모든 것을 삼가고, 각각의 맥락에서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설명을 읽으면 수학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게 된다. 우리 곁의 수학을 한층 너그러운 마음으로 볼 수 있게 시야를 넓혀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