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잠실점의 아크테릭스 매장.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아크테릭스 매장.
국내 아웃도어 시장 판도가 토종 브랜드 위주에서 해외 브랜드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과거 이 시장을 주도한 디스커버리, K2, 블랙야크 등 국내 브랜드 성장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아크테릭스, 살로몬, 파타고니아 등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2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살로몬의 국내 판매를 맡고 있는 아머스포츠코리아 매출은 지난해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섰다. 2023년 671억원에서 지난해 1120억원으로 약 67% 늘었다. 영업이익도 200억원으로 같은 기간 74% 급증했다.

아머스포츠코리아는 살로몬뿐 아니라 윌슨, 아토믹 등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 국내에 판매해왔다. 최근 아머스포츠와 합작투자 형태로 지배구조를 바꾸고 본격적인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성장세를 이끈 건 단연 살로몬이다. 프랑스 브랜드 살로몬의 주력 제품은 스키 부츠와 등산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엔 세계적인 러닝 열풍 속에 살로몬 러닝화가 MZ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캐나다 브랜드 아크테릭스 인기도 살로몬 못지않다. 아크테릭스 수입사 넬슨스포츠의 매출은 지난해 39% 뛰었다. 2023년 1157억원에서 작년 1611억원으로 늘었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입어 ‘이재용 패딩’으로도 알려진 아크테릭스는 고가 아웃도어 브랜드다. 일부 패딩 가격이 200만원을 넘나든다. 과거 40~50대 등산 마니아가 주로 사던 이 브랜드는 최근 10·20대와 여성으로 타깃층을 확장해 외형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미국 브랜드 파타고니아도 패션 불황 속에서 성장했다. 파타고니아의 한국 매출은 지난해 845억원으로 11% 증가했다. 패션 회사이면서도 환경을 위해 ‘옷 소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해외브랜드 뜨고 토종 지고…아웃도어 대격변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시장은 토종 기업이 일궜다. 코오롱스포츠, 블랙야크, K2 등이 2000년대 초반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국내에서 ‘등산복 열풍’을 주도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토종 브랜드 인기는 시들해졌다. 블랙야크 매출은 지난해 10% 줄었고 K2와 레드페이스도 8%대 매출 감소율을 보였다. 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해외 브랜드를 라이선스 형태로 국내에 들여와 아웃도어 브랜드로 재탄생시킨 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백화점 바이어는 “MZ세대는 부모 세대가 입던 브랜드를 선호하지 않는다”며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가 부상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국내 패션사들은 해외 브랜드를 찾아내 들여오는 데 몰두하고 있다. 핑, 파리게이츠 등 골프 브랜드로 잘 알려진 크리스에프앤씨가 대표적이다. 크리스에프앤씨는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 확장에 나섰다. 하이드로겐, 마무트, 앤드원더 등을 들여와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현재 매장 수가 마무트는 20개, 하이드로겐은 15개까지 늘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영국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 브롬톤런던을 아웃도어 브랜드로 재탄생시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