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전 개헌 논의땐 국론분열”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우원식 국회의장의 ‘조기 대선·국민투표 동시 실시’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왼쪽부터 김민석 수석최고위원, 이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뉴스1
< “대선 전 개헌 논의땐 국론분열”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우원식 국회의장의 ‘조기 대선·국민투표 동시 실시’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왼쪽부터 김민석 수석최고위원, 이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조기 대통령 선거를 현행 대통령제 등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국민투표와 동시에 치르자는 우원식 국회의장 제안에 대해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대신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계엄 요건 강화를 위한 개헌은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국민투표법이 개정되면 곧바로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유력 대선 주자인 이 대표가 ‘조기 대선·국민투표 동시 실시’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분출되고 있는 권력구조 개편은 일단 대선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대선·국민투표 동시 실시에 찬성 입장을 낸 국민의힘은 “새 정부에서 대통령제를 고치자는 건 고치지 말자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李 “지금은 내란 종식”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당장은 민주주의 파괴를 막는 것이 훨씬 더 긴급하고 중요하다”고 했다. 우 의장이 “기한 내에 합의할 수 있는 만큼 논의를 진행하되, 가장 어려운 권력구조 개편은 이번 기회에 꼭 해야 한다”며 조기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제안한 지 하루 만이다. 이 대표는 우 의장의 제안을 반긴 국민의힘을 향해 “개헌으로 적당히 넘어가려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다.

이 대표가 우 의장의 권력구조 개편 ‘원 포인트’ 개헌 제안을 거부한 건 우선 현실 가능성 때문이다. 조기 대선과 국민투표가 동시에 이뤄지려면 최소 38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헌법 등에 따르면 국회가 발의한 개헌안은 20일 이상 공고해야 하고, 국회 의결 후 국민투표를 하려면 또다시 최소 18일을 공고해야 해서다. 역산하면 4월 넷째주에는 여야가 합의한 개헌안이 나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2014년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국민투표법 재외국민 투표권 조항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현행 국민투표법으로는 재외국민 중 국내에 주민등록 신고가 돼 있지 않으면 투표를 할 수 없다. 이 대표는 “국민투표법이 신속하게 합의돼 개정되고, 시행된다면 물리적으로 개헌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대표는 국민투표법을 개정하더라도 권력구조 개편 국민투표가 아닌,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계엄 선포 요건 강화에 대해서만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국힘·비명 “李, 개헌 방관”

이 대표가 권력구조 개편 원 포인트 개헌에 선을 긋자 우 의장은 “개헌은 정당 간 합의하는 만큼 하면 된다”며 한발 물러섰다. 당초 제왕적 대통령 권한 분산을 위한 권력구조 개편 개헌을 우선순위로 내세웠지만, 이 대표가 주장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계엄 선포 요건 강화라도 추진하자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권력구조 개편이 핵심이긴 하지만, 다른 헌법 조항이라도 고칠 수 있다면 그거라도 일단 해보자는 게 우 의장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우 의장이 개헌 제안을 내놓기 전 이 대표와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우 의장과 이 대표 간에 개헌 관련 컨센서스가 있었던 것은 맞다”며 “일종의 구두 협의가 있었지만 이 대표가 주말 새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는 쪽으로 입장을 다시 세웠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비명(비이재명)계는 반발했다. 비명계 주자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SNS에 “내란 수습을 핑계로 개헌을 방관하는 태도는 안일하다”고 했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내란 종식과 개헌 추진은 대치되는 이슈가 아니다”며 “개헌은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가는 근본적인 길”이라는 입장을 냈다.

한재영/최형창/정상원 기자 [email protected]